티스토리 뷰

 

[[ 동방작전 ]]

 

유럽 순방 중이던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하기로 결정하여,

 

쿠웨이트와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아르빌간 이동임무가

다이만 부대에 극비리에 부여되었다.

 

대통령이 이 위험한 전장지역을 몸소 방문하고

우리 공군의 수송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 공군을 신뢰한 다는 것으로

다이만 전 조종사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무에 임했다.

 

 

 

파병당시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메모가 국방일보에 소개되었다.

=============================================

 

 

 

동방작전관련 대통령 이라크 공수임무를 마치고

 

 

2004년 12월 8일 수요일

 

모두가 잠자리에 들 시간인 저녁 11시에 비행대대 요원은 기상하여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모래먼지가 자욱한 어둠 속에서 하나둘 나타나서 조용히 차량을 탑승한 후 식당(DFAC)에서 야식으로 배를 채운 뒤 “비행중 식사(Flight Meal)”를 챙겨서 Hanger-17으로 집합하였다.

 

편조 별로 합동 브리핑을 실시한 후 금일 임무의 중요성과 의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비행준비를 마쳤다.

 

오늘 보고된 정보보고에 의하면 최근(12월 4일) ‘팔루자’의 ‘알 라시드’ 사원 부근 이라크 반군 저항세력 은신처에서 200개의 60mm, 30개의 80mm 박격포와 15개의 대공포 포탄 등을 포함하여 SA-7, SA-9 등의 지대공 미사일이 대량으로 발견되었으므로 동지역 저항세력의 공격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나, 탄두기능을 변경한 신종 SAM의 식별로 인하여 미지의 위협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전월(11월)의 지대공 위협은 총 245건으로 역시 ‘바그다드’와 ‘알 타카둠’, ‘알 아사드’ 비행장에 많이 집중되었으나, 이번 달에도 벌써 1주일 만에 30건의 지대공 위협이 식별되는 등 전쟁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다만 고도 15,000FT 이상으로 비행시 일부 AAA의 식별을 제외한 지대공 공격은 다소 저조한 상태라 다소 안심이 되며, 최근 ‘발라드’ 기지에서 C-130에 대한 MANPADS 공격후(2004년 10월 4일 19시55분 발라드 비행장 접근중 고도 8,000FT에서 C-130에 대한 MANPAD 공격 식별됨) C-130 항공기에 대한 위협이 감소 추세라 좀 더 적극적인 고고도 전술의 적용이 유리하다고 판단되었다.

 

최종 휴대용 지대공 무장의 공격은 11월 21일이라고 보고되었으나 ‘03년 4월 이후 저항세력에 의해 총 2,500회의 지대공 공격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철저한 전술적 대비가 요구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격추시 생환을 위하여 OIF관련 이라크 전구내의 SARNEG와 오늘의 생환 WORD, LETTER, NUMBER, DURESS 등의 작전 음어와 위치식별을 위한 SARDOT, BULLSEYE 지점 좌표들을 암기하고, Blood Chit(흔히 ‘피의 증명서’라고 칭하는 Blood Chit는 항공기 조난시 전장지역의 이라크 민간인에게 도움을 받기 위한 도구로써, 전쟁지역 국가의 언어로 된 일종의 문서임) 등을 챙겼다.

 

임무지역의 기상은 00:30 현재 야간시정은 대체로 양호하고 상층운이 많은 날씨이나 임무 시간대에는 시정 악화와 약간의 뇌우를 동반한 강수를 예보하였다.

 

 

시간대별 임무지역 기상 예보
임무지역 기상 차트

 

오히려 이렇게 날씨가 흐린 날에는 적외선 유도 지대공 미사일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어서 유리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해 졌다.

 

칠흑 같은 사막의 어둠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대한민국 공군의 C-130H 4대가 발진하여 쿠웨이트 무바라크 공항으로 향했다.

 

현지에서 비행 절차는 지난 10월에 제 58 항공 수송단이 파병 전개한 이후 수 차례에 걸친 이라크 전구내 공수임무 투입으로 이미 실전으로써 사전 훈련은 완료된 상태였다.

 

새벽 2시 10분부터 차례로 이륙한 항공기는 미군 Command Post와 교신을 마치고(알리 알 살렘 공군기지 CP인 “Cornerstone”과 무바라크 CP인 “Boater W”) 대통령님의 특별기가 국제공항에 착륙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파리 드골 공항에서 이륙한 대한항공 특별기는 어둠을 뚫고 선명한 태극마크를 보이며 주기장에 나타났고, 수많은 기자 일행과 경호원 속에서 대통령님이 대한민국 공군기를 보시곤 입가에 미소를 지으시며 탑승하셨다.

 

대한항공 특별기로 파리드골 공항을 이륙하여 쿠웨이트 무바라크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이 군용기로 탑승하고있다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머나먼 고국과 떨어진 이 황량한 사막의 나라 쿠웨이트에서 극비리에 실행된 이 작전의 암호명은 “동방작전”이었고 역사의 한 가운데 우리 공군이 있었다.

 

이번 임무에서 1호기 정조종사는 공군에서 무사고 비행 6,000시간의 베태랑 조종사인 대대장님이 기장으로 나섰고, 부조종사 역할은 작전계장인 내가 담당하여 비행 자격은 교관 편조로 운영하였다.

 

올해로 군대생활 10년째인 나로서는 무한항 영광이 아닐 수 었었고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라크 전구 진입을 위해 항공기 Callsign은 ATO에 명시된 대로 “Stony 75”에서 Tactical Callsign인 “ICKER 75”로 변경하였지만, 오늘은 우리가 "ROKAF Airforce ONE"이다.

 

이라크 영공을 통과하는 순간 “Combat Entry Checklist”를 수행하며 모든 외부등(External Light System)을 OFF하고, 자체 방어장비인 MAWS / CMDS를 Auto Mode로 선택하여 지상위협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하였다.

 

동트기 전 사막의 새벽 하늘은 지독하게 고요하였다.

 

하늘도 땅도 모두 깜깜한 검정 그 자체였다.

 

하늘에는 금성을 비롯한 초롱초롱한 몇 개의 하얀 별빛과 땅에는 저항세력에 의해 방화된 몇 개의 유정들의 주황색 불기둥만이 하늘과 땅의 차이를 나타내주고 있었다.

 

경로상 가장 위험한 지역인 바그다드/발라드 비행장 상공을 지나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인 아르빌이 가까워짐에 따라 착륙 접근형태에 대한 조작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선의 안전을 위해서는 급격한 전술 기동을 실시하여 위협 예상지역을 회피하는 Tactical Approach를 실시하여야하나 유럽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치시고 피곤한 와중에도 파병 장병 격려를 위해 이라크를 방문하시는 대통령님을 고려하고, 무엇보다도 오늘 아르빌 공항의 악시정과 낮은 운고, 강수 등의 기상상태를 고려하면서도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는 Tactical Straight-in 접근을 실시하였다.

 

항로고도에서 방탄복 및 방탄 헬멧을 착용하고 22,000FT의 고고도에서 AGL 500FT이하(300FT 이상) 초저고도로 급강하하여 최대 속도, 최단 시간에 착륙하는 절차를 수행하였다.

 

이미 자이툰 부대에서는 아르빌 공항주변으로 극비리에 대규모 지상 경계병력을 배치하였고, 미군 공격 헬기 2대는 공중에서 초계비행 중이며, 유사시를 대비한 의료진과 의무 헬기가 지상에 대기중이었다.

 

 

아르빌에 안전하게 착륙후 대통령님께서 자이툰 부대로 출발하시자 3대의 우리 C-130 조종사들은 시간분배와 현지 기상과 전술상황을 고려한 전술출항 Sector에 대하여 전술토의를 실시하였다.

 

아르빌 도착후 항공기에 모여 식사를 하며 전술토의!
이라크 아르빌 국제공항 건물 앞에서

 

 

 

 

대통령님의 자이툰 부대 순시를 마치시고 다시 항공기에 탑승하시자 최단시간에 재이륙하여 안전고도인 21,000FT까지 급상승을 실시하였으며 키르쿠크 관제에서 바그다드 관제로 이양될 시기에 대통령님께서 친히 조종석으로 올라오셨다.

 

 

직접 헤드셋을 착용하시고 대통령님께서 우리 공군 조종사를 보니 마음 든든하다고 말씀하시는 순간 오늘까지의 이라크에서 힘든 기억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정말 보람되고 뿌듯함을 느꼈다.

 

 

다시 쿠웨이트 무바라크 국제공항에 모셔다 드린후 알리 알 살렘 기지로 RTB하면서 오늘도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한 것과 안전하게 귀환하는 것 자체에 감사하며 저절로 입가에는 뿌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는 군인의 신분이기에 파병의 당위성이나 필요성 등은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국익을 위한 결정과 명령에 따를 뿐이다. 대통령님께서 국민을 대신해서 이라크 파병 장병들에게 감사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도 국민을 대신해 이 곳 이라크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은 정말 “우리가 대한민국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였다.

 

오늘만은 전장지역에서 우리가 진정한 AIRFORCE ONE 였다.

===========

 

 

 

반응형

'이라크전 OIF 다이만부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신문 기사  (0) 2019.12.15
다이만 방명록  (0) 2019.12.14
VIP seat. 사막 조종복  (0) 2019.12.12
미군 조류충돌, SAM 조우시 보고사항  (0) 2019.12.09
공군참모총장 이라크 방문  (0) 2019.12.08
댓글